밤과아침

밤과아침 빛소리바람시간 2008.05.20 08:3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군가 시간은 잡고 있는 듯
시간이 잘 흐르지 않는다.
어차피 흘러갈 시간인데
인간은 어리석다.

밤을 지나고 아침이 오는 창밖이 아름다워서
텅빈 거리는 내것이 되었다.
거리에서는 닫힌 창문들이 아름다워서
나는 창문안 이야기들을 궁금해한다.

밤은 아침을 기다리고
아침은 밤을 기다리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주관화된 기억을 노래한다.





Posted by briz

river man

river man a pause 2008.05.19 08:20


                                                      river man, Nick Drake




Posted by briz

.

. 빛소리바람시간 2008.04.28 04:55
1.

나무를 태워버렸다.
단 하나의 잿가루라도 내게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무가 사라졌으니
나는 어디에 가서 깃들어야 하나
사각사각 흩뿌려진 소리들을
이제는 어디서 들어야 하나

바람은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다.
차가운 비의 위로도 소용이 없다.

바람은 믿기 시작한다.
티끌만큼의 가루가 내게 왔으리라고

바람은 결심했다.
평생 그것을 안고 불기로.


2.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사라지고 나서야 더욱 분명해 지는건지
왜 사라지고 나서야 더욱 단단해 지는건지

아직 사라지지 않아
분명하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바람은

흐려질 나무의 노래가
여려질 나무의 열매가
두렵고 무섭다.

영원으로 돌아간 나무는
시간에서 너무나 멀다.

후회도 없을 영원과
후회만 가득한 시간은 만나지지 않는다.

시간속에 부는 바람을 따라
다음을 다음을 그리하여 기약할 뿐

Posted by briz

빛소리바람시간

빛소리바람시간 빛소리바람시간 2008.04.22 04:50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이 찍은 사진이 너무 없다야
Posted by briz

수첩

수첩 빛소리바람시간 2008.04.22 03:16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는 거다. 모두 불행하며 행복한 선택에 따라
시간에 묻혀 용서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포기하며 흘러간다.
삶은 우리로부터 모든 의미를 훔쳐갔지만 결국 우리도 거기부터 모든 걸 얻었다.
만약 생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음 또한 의심하지 않을 거다.
실제로 난 전에 길거리선교를 하고 있는 어느 교회의 작은 공연 앞에 홀로 앉아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지르는 지체불구 장애인 한명을 봤다.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아 그를 계속 지켜봤는데
그는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때때로 우리는 그릇된 사실들에는 손쉽게 동의하고 추한 것을 묵인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나머지 부분의 균형을 어떻게든 지키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왜냐면 모두 그리워하며 굶주려있기 때문이다. 범람한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득 삶이 내게 찾아오는 시간을 알아 믿게 된다면 삶은 우리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거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는 거다.'


-김태섭, 시나리오 '수첩' 中
Posted by briz

나무

나무 빛소리바람시간 2008.04.22 03:12
나무

윤동주


나무가 춤을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Posted by briz

밤마실

밤마실 a pause 2008.04.14 06: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 5시에 앞머리를 자르고 다음날 시체처럼 지내다가 Boll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도 시체처럼 있다가 이래선 안되겠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우리는 우선 장을 보고 내방보다 크고 밝은 그 친구네로 가서 밥을 먹었다. 우리는 먹을때마다 '맛있다'를 연발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Boll이 이번에 남자친구랑 결성한 밴드 앨범자켓사진을 위해 샀다는 안경을 쓰고 웬 통기타 가수처럼 (사실은 조영남)셀카를 찍고 밤마실을 나갔다. 전투적으로 길을 걷는 그녀는 나의 산책상대로 적합했다. 우리의 목표는 토욜밤 미친 젊은 애들이 많이 나오는 동네에서 사람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자기 머리 세배의 아프로 머리를 한 흑인언니와 파란 에나멜 구두를 신은 어울리지 않은 장발을 하고있어서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한 영국인 오빠와 하얗고 반짝이고 튼튼해보이는 이빨을  드러내고 남자친구에게 자기나라말을 가르쳐주며 좋아하는 태국게이를 구경하고 다시 친구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는 밤1시에 다리미질을 시작했고 나는 친구의 기타를 노트에 그리고 'Boll 기타 좀쳐' 라는 제목을 달아주었다.

아침에 눈떴더니 Boll은 두부 샐러드와 김밥을 만들어 놓았다. 이게 왠 호강인가 싶었다. '투쟁 영역의 확장' 이라는 책과 '쥘 앤 짐' 디비디를 빌려서 집으로 왔다. 씻고 정리를 좀 한 뒤 교회옆에 한적하게 붙어있는 카페에 가서 할머니께 최대한 커다란 글자로 카드를 쓰고, 빌려온 책을 읽다가 Boll에게 문자를 한통 보냈다.

'you are like my savior'

더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한잔 마시고 원조 구세주를 만나러 교회에 가서 미국에서 갓 오신듯한 목사님의 랩같은 설교를 듣고 교회에 따라온 불교신자 친구와 백만년만의 15분 글쓰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려갈만큼 다 내려가서 조금 올라가려는 기분이 든다.

Posted by briz

할머니

할머니 a pause 2008.04.12 06:50
자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중풍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음날 아침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쉽게 다시 잠이 들었다.
일하다 브레이크때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밭에서 일하시다 쓰러져서 1시간넘게 사람들을 부르다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의 도움으로 안동 시내 병원으로 옮겼고,
3시간 안에 써야하는 약이 그곳에는 없어서
대구에 있는 경북대학부속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시간이 그만 넘어버려서 다시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활동적인 성격이시라 자신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괜히 기저귀 갈아주는 엄마를 괴롭히신다 했다.
할머니가 느끼실 수치심이 이해가 가서
최선을 다한다는 엄마에게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말했다.

요즘은 약이 좋아져서 중풍도 예전같지 않다 하시며
엄마는 나를 안심시키셨다.
그동안 고집부려 혼자 사시겠다던 할머니가
이제 함께 살게 되었다며
엄마는 담담히 말씀하신다.
연세가 드시면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아빠는 나를 안심시키셨다.
얼마전 무릎 수술을 하셔서 이제 좀 움직일 만 하시니까
노인네 무리해서 밭일을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며
아빠는 애써 우스개소리를 만든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다.
여기 이곳에서 별 성과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인적 드문 밭에서 쓰러져 사람을 찾는 할머니를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나는 가족에게 있어서 참 못된 아이다.
별다른 애정도 관심도 전혀 없고
그저 가족은 늘 피하고 싶은 집단이었다.

언젠가 할머니가 나에게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결혼해서 증손주를 보시는게 소원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할머니에게
그 꿈이 이루어지면
사촌동생이 결혼하고 애낳고
그 사촌동생의 동생이 결혼하고 애낳고 하는걸
보는 게 다시 소원이 되실 꺼라 말했다.
소원이란 그런 것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만족해 달라고
따박따박 말씀드렸다.

맘에 없는 네, 한마디만 했어도
할머니 기쁘셨을 텐데
쉬워보이는 맘에 없는 네, 한마디가 가족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그런 나인데,
할머니의 소식에 마음이 급해진다.
한국에도 빨리 가야할 것 같고
결혼도 빨래 해야할 것 같고
아이도 빨리 낳아야할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아빠는 하고싶은 것 열심히 다하고 돌아와서
와서도 하고싶은 것 다 하라고 하시며
밥 먹었냐, 아마 우리가 가장 많이 해왔을 대화를 던지시며
바다넘어 육지넘어 전화기 넘어로
총총


삶의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나만 들여다 보며 살아가지만
아직도 알 수가 없다.


할머니에게 보낼 카드를 샀다.
스스로 터득하여 더듬더듬 한글을 읽으시는 할머니께
또박또박 커다란 글자로 힘내시라고 말씀드려야 겠다.
아직도 네, 결혼해서 증손주 뵈드릴께요
맘에 없는 말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할머니 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Posted by briz

동굴

동굴 a pause 2008.02.28 06:11


동굴 속 움츠린 낯선 동물
가만히 들여다보니


28년간 함께 지내온
그러나 여전히 낯선 동물


거짓이다.
낯설다 낯설다 우기는 거짓


동굴 속 움츠린 울고있는 동물
가만히 다가가보니


거짓 박힌 무뎌진 살갗 위로
마른 핏자욱초차 희미한데


바람은 빛에 대해 들려주고
빗소리는 진실의 피를 이야기한다.

Posted by briz

세 번째 파리, 네 장의 사진.

세 번째 파리, 네 장의 사진. an aperture 2008.02.19 03: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Dover 12월 29일 깜깜한 밤,
이제 바다만 건너면 프랑스땅,
그렇지만 도버의 하얀 바위 산이 내 마음을 잡아 끌었다.

그래, 모든 순간은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고
우리는 그 기로에 있다.

그러나 나는 육체의 시간과 전혀 다르게 흐르는  의식의 시간에 몸을 맡긴채
늘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도 나는 왜 이런 사진을 찍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굉장히 미안해하며 찍었던 기억이 난다. 왜 죄책감을 느끼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 노숙인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본 한 관광객이 따라서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죄책감은 극대화되었다.

핑계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매우 소심하고 관습을 벗지 못하는 대한민국 20대 여자라서 지금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낀다. 나중에 아줌마 혹은 할머니가 되어 더 이상 겁을 먹지 않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들의 세계에 다가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왜 그런지는 역시 잘 모를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리의 거리는 아코디언 소리와 매우 잘 어울린다.
우울해 하던 현정이는 거리에서 아코디언 소리를 듣자 마자 날개를 단 듯 했다.

파리의 거리에는 아코디언 소리가 있어야만 한다.

(근데 내 아코디언으로는 그런 소리가 안난다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캄캄한 밤, 다시 돌아오는 길.
2층 맨 앞자리 사수하려 추운데서 1시간을 기다렸던가-

꽉찬 버스안 사람들의 내쉰 숨에 창문이 포그 필터가 되었다.
술이 덜깨서 그런지, 달려오는 차들의 불빛이 몽환적이다.



이상,
파리에서 필카로 찍은 달랑 네 장의 사진.




 
Posted by briz
1 2 3 
하단 사이드바 열기

BLOG main image